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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찌아빠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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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23일
용문산 근처에 가면, 유난히 많은 곳이 대나무 통밥집입니다. 지름이 7-8센티미터 정도 되는 대나무 안에 쌀과 대추, 밤 등을 넣고 통째로 쪄서 해주는 밥이지요. 대나무통밥과 함께 각종 산나물 반찬들이 곁들여 나오는 대나무 통밥은 밥 자체로도 맛있지만, 오랫만에 산나물의 향긋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여러모로 좋은 한끼 식사입니다.
대나무 통밥집은 참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마치 팬션처럼 만들어 놓은 곳도 있고, 희한한 건물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곳도 있습니다. 대나무 통밥은 맛이 비슷하다고 해도, 산나물을 포함한 다른 반찬의 맛은 천차만별이고, 주인의 서비스 정신에 따라서 반찬이 풍성하게 나오느냐, 아니면 젓가락 갈 것 없이 나오느냐 하는 차이는 무척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네가 달린, 팬션처럼 예쁜 집에서 대나무 통밥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찹쌀과 팥, 대추와 밤 등이 어우러진 막 쪄온 통밥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오는데까지 시간이 너무 걸렸고 함께 나온 반찬의 양이 부실하기가 그지 없었습니다. 모자라면 더 주겠다고는 했지만, 젓가락 한 두번 가면 없어질 양인데다가 몇 번씩 서빙하는 사람을 불러 달라고 하는게 그리 쉬운 얘기는 아닙니다. 깔끔한 듯 해 보이지만, 양이 부실하고 특유의 맛을 살리지는 못했더랬습니다. 그렇게 반찬을 주니, 몇 번씩 더 달라고 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서빙하는 사람은 바빠지고, 손님은 손님대로 불편하고... 뭐 그런 형국이었습니다. 용문산 관광단지로 올라가는 길... 길 중간 쯤 올라오다 보면 왼쪽으로 조금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그 길의 끝 무렵에 초가집 한 채가 서 있는게 보입니다. 내려가는 길 입구에 보면 백년도 넘는 역사를 가진 '옛날 고향집'이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내려가는 길이 조금 좁기는 합니다만, 식당으로 가는 차, 식당에서 나오는 차 말고는 오가는 차가 없으니 걱정없이 진입해도 됩니다. 나무를 잘라 만든 탁자, 창호지 구멍, 그다지 넓지 않은 식당입니다. 초가집 내부만 고쳐서 식당으로 쓰는 것이지요. 아마 옛날에는 사랑이었을 듯 싶은 곳에는 4명 앉는 테이블 일고여덟개가 있고, 그 건너 안채에는 또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날씨가 따뜻하면 안채 평상에 마련된 식탁에 앉아 먹으면 되지만, 날씨가 추우면 그곳에서는 먹기 힘들겠지요. 역시 이 집의 주 메뉴는 대나무 통밥입니다. 다른 집에서처럼 다양한 곡류와 견과류가 들어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통이 좀 작아보입니다만, 이 통이 깊은데다가 또 찰밥이어서 먹고 나면 만만찮게 배가 부릅니다. 그러니, 얼핏 보이는 양이 작다고 오버해서 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철마다 나오는 반찬이 다른데 - 하긴 이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 처음 갔을 때는 상큼한 도토리 묵을 주었고... 두번째 갔을 때는 생선 조림이 나오더군요. 나물을 포함한 반찬 맛이 깔끔합니다. 함께 나오는 통밥을 김에 싸서 먹고, 나물과 갓 담은 김치를 쩍쩍 찢어 먹는 맛이 좋습니다. 접시에 담은 반찬이 여유 있고 인색해 보이지 않아 좋습니다. 처음 갈 때는 별로 사람이 없었는데 - 사람 없는 시간에 가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 - 두번째 갔을 때는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식당에 자리가 없어서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서빙도 아르바이트 학생들인 것 같던데 무척 힘든 표정이고, 물컵도 종이컵으로 주는 등... 사람 많이 오는 집 티를 내더군요. 힘든 표정은 역력했지만, 나름대로 성실하게 주문을 받던 학생 얼굴이 생각이 납니다. 하여튼 그 동안에 많이 유명해 졌나 봅니다. 저희가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그제야 식당이 좀 한가해지더군요. 점심시간 조금 전에 가시거나, 넉넉하게 느즈막히 가면 좋을텐데, 사람이란 어쩌면... 그렇게 사람 많은 줄 알면서도 그 시간에 밥을 먹어야 하니, 그게 묘한 일입니다. ^^ 대나무 통밥은 9천원입니다. 한끼 식사 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용문산 관광단지 입구에 있는 산채비빔밥 5천원 주고 먹는 것보다는 훨 낫습니다. ^^ 요즘 그렇게 산 밑에 있는 관광단지에서 사용하는 산나물도 중국산이라고 하더군요. 나물이 나고 안 나고를 떠나서 나물 캐는 인건비보다 사서 쓰는게 더 싸다니 뭐 할 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리산 밑에 있는 집도 중국산을 쓴다니, 이제는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먹어야 하는 세상인가 봅니다. 대나무 통밥과 함께 먹은 요리가 바로 오리 진흙구이입니다. 오리 한마리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찹쌀(대나무 통밥을 만들던 바로 그 쌀 ^^)과 밤, 호도, 고구마, 호박씨 등등을 넣어서 진흙으로 된 토기 안에 넣고 가마 속에서 세 시간을 구워 만든답니다. 기름이 쫙 빠지고 담백해서 오리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도 드시기에는 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만... 하긴 오리라는 이름 때문에 그런지 잘 안 맞아 하시는 분들도 있기는 하더군요. 기름기가 없어 느끼하지 않습니다. 바삭바삭한 껍질, 쫀쫀한 속살을 뜯어 먹은 후, 잘 익는 밥과 고구마를 김치와 함께 먹으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지요. 저희는 어른 4, 아이 2 이렇게 여섯명이 갔는데, 오리 한 마리와 대나무통밥 2인분을 시켜 먹으니 아주 충분하더군요. 대나무 통밥의 양을 무시하지 말라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진짜 배부르거든요. 오리진흙구이는 3만5천원인데, 값이 중요한게 아니라, 미리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늦어도 두 시간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처음 가는 식당 뭘 알고 예약을 하겠습니까? 주말에는 알아서 미리 몇 개 만들어 둡니다. 그러니 그냥 가셔도 먹을 수는 있는데, 운이 없으면 못 드실 수도 있겠네요. 용문산 올라가시면서 주문하고, 내려오시면서 드셔도 될 것 같습니다. ^^ 관광지 음식은 원래 다 그렇고 그래서 사실 고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대부분 일회성 혹은 뜨문뜨문 오는 손님이라 그런지 단골개념도 희박하구요. 관광지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은 분들이 실망하는 이유는,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면에서라면 옛날 고향집은 별로 후회없는 그런 선택이 될 겁니다. 일단 주차장에 차가 많은 ^^ 그런 집이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