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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15일
한국민속촌. 어릴 때부터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한 번도 갈 기회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갈 일도 별로 없었고 ^^ 그런데 아이가 크니 생각이 좀 달라지는군요. 아이에게 많은 걸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언젠가는 민속촌엘 꼭 데려가야 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지난 토요일, 그 생각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차 막히니까 일찍 서둘러야 한다고 식구들 겁을 줬더니, 10시쯤에는 간신히 출발할 수 있더군요. 저희 내외와 딸아이,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다섯 명이서 민속촌으로 향했습니다. 어릴 때 듣던 민속촌은 꽤 멀리가야 하는 길이었는데, 세상 좋아진 건지 ^^ 출발한지 사십분 만에 민속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송파구에 사는데, 복정역 근처 송파IC에서 외곽순환 고속도로를 타고 일산쪽으로 가다가 판교IC에서 경부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경부고속도로 수원IC에서 나가 신갈오거리에서 우회전하니, 금방 민속촌이 나오더군요. 막힐 줄 알았던 길이 안 막혔던 탓도 있고 ^^ 하여튼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습니다. 일찍 가니 좋은 점이 있습니다. 일단 정문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할 수 있어서 ^^ 주차장에서 한참 걷지 않아도 되고, 일단 붐비는 것도 덜하더군요. 입장권을 살려고 뭐 많이 기다리지도 않았고... 아, 혹시 민속촌 가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자유이용권 기준으로 어른은 16,000원 어린이는 13,000원인데, 삼성카드 - 다 되는 건 아니구 애니패스, 지앤미, 플래티넘 등은 되더군요 - 로 구입하면 본인에 한해 자유이용권 50% 할인이 됩니다. 즉 8,000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민속관 사이트에 보시면 할인쿠폰이 있는데, 어른은 2천원, 어린이는 1천원 할인됩니다. 삼성카드하고 쿠폰 챙겨가시면 밥값은 빠집니다 ^^ 들어가서 농악 구경하고, 옛날 집들 구경하고, 공방에서 뭐 만드는 것도 구경하고... 그렇게 짜릿하고 재미있는 건 없습니다만, 그래도 심심찮게 구경거리가 있습니다. 농악도 재미있고, 줄타기 하시는 분 눈여겨 볼만 합니다. 혼자서 말씀도 하시고, 줄도 타시고 하는데, 구한말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줄타기의 잇는 분이더군요. 줄타기 관련해 홈페이지도 운영하신답니다. 줄 위에서 걷는 것은 물론 줄 위에서 앉았다 일어섰다, 갖가지 묘기가 펼쳐집니다. 여러가지 묘기가 있기는 있는데 다 그게 그거 같아서 처음에는 사람이 많이 모여있다가 점점 줄어들기는 하는데, 그 분 말씀에 따르면 '하나로도 끝까지 보고 가는게 좋다'랍니다. ^^ 조선족 청소년들의 널뛰기는 서커스 수준입니다. 널뛰기를 하면서 재주 넘는 모습을 바라다 보면 감탄과 박수가 절로 나오지요.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공연일 겁니다. ^^ 옛날식 공방들이 많이 있습니다. '공방'이라 함은 무언가를 만드는 방이라는 뜻이겠지요? 부채, 팽이, 탈 등을 만드는 곳을 비롯해서 대장간, 기름 짜는 곳, 엿 파는 곳... 다양합니다. 구경도 하고, 직접 만든 물건을 살 수도 있습니다. 기념품점 같은데서 사는 것보다 이런데서 사는게 재미있겠지요. 식당도 여럿 있고 나름대로 전통 음식을 팝니다만, 도시락을 싸서 정자에 앉아 먹는 재미가 여간 아닙니다. 특히 민속촌은 정자가 많이 있어서 어디서나 앉아서 쉴 수 있습니다. 다른 놀이공원들처럼 음식물 가져오는 걸 통제하지도 않구요. 해서 토속 음식을 사 드시는 것도 괜찮겠지만 간단히 도시락을 준비하시는 것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참, 입장할 때 자유이용권 샀다고 했잖아요. 민속촌에 무슨 자유이용권 하시겠지만, 그 안에도 몇 가지 돈 내고 들어가야 하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저희가 가 본 순서대로 얘기하면 먼저 '도깨비집'이 있는데, 놀이동산에 있는 유령의 집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깜깜한 통로에 우리나라 설화에 나오는 귀신들이 마네킹으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소리도 나고 마네킹 귀신들이 일어났다 앉았다 하고, 간혹 바람도 불고... 어른들한테는 시시합니다만, 아이들은 죽음이더라구요. 소리지르고 뭐 하고 ^^ 특히 중간에 딱딱한 통로 바닥이 푹 꺼지면서 푹신푹신한 바닥이 하나 나오는데, 거기서는 어른들도 좀 놀랍니다. 그리고 민속촌 안에 민속관이 따로 있습니다. 민속관은 민속박물관 같은 건데요, 옛날에 쓰던 물건들을 모아놓고 세시풍속들을 모형으로 제작해 둔 곳입니다. 다른 건 별로 기억이 안 나는데 옛날 출산도구를 전시해 놓은 곳에 옛날식 가위와 낫이 있더라구요. 가위는 그런데로 이해하겠는데, 낫이라니... 뒤집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민속촌 내를 흐르는 개울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전시물들이 배열되어 있어서, 올라갈 때는 개울 왼편으로, 내려올 때는 개울 오른편으로 내려오면 되더군요. 다리가 좀 아프기는 하지만 쉬엄쉬엄 이것저것 보다 보면 시간은 금세 잘 흘러 갑니다. 민속관을 지나쳐 오면 그네터가 있습니다. 옛날 춘향이가 타던 그런 그네 말이지요. 특히 오른쪽 끝에 있는 그네는 길이도 길고, 꽤 스릴 있습니다. 아내가 딸아이를 데리고 같이 탔는데, 제법 많이 올라간데다가 딸아이가 재밌다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 그네터를 돌아 내려오면 놀이동산이 있습니다. 제 표현에 따르면 '에버랜드에서 쓰다가 남은 거 다 모아놓은' 그런 놀이동산인데, 시설도 별로, 스릴도 별로 뭐 그렇습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나 딱 좋아할 그런 수준인데, 좋은 점은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모님 모시고 몇가지를 탔는데 - 아, 자유이용권 있으면 그냥 탑니다 ^^ - 생각보다 너무 좋아하시더군요. 가만 생각해 보니께 그런 걸 탈 일이 별로 없으셨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더 타자고 했더니 어지럽다고 안 타셨고, 무리해서 더 타신 아버지는 올라오는 차 안에서 멀미 난다고 ^^ 그러셨답니다. 할인받고, 뭐하고 해서 들어갔기 때문에 비싸다는 생각은 안 해봤습니다만 ^^ 대체로 민속촌 얘기하면 사람들이 다 입장료 비싼데 라고 말을 하더군요. 그래도 한 번쯤 가볼만 한 곳이기는 합니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옛날에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이해를 못하겠지만, 그런 모습들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하긴 사극 드라마에 나왔던 그런 집들에 가보면 이해가 더 빠르긴 하겠더라구요. 올라오는 길은 조금 막혔습니다. 신갈오거리까지 나오는 길이 공사중이라서 차가 많이 밀리고, 토요일 오후라 고속도로가 막힐 거 같아 그냥 수지, 분당을 뚫고 집에 왔거든요. 그래도 왕복 두 시간 정도 걸렸으니 뭐 해피하게 다녀온 셈이겠지요. 아직 서늘해 지기 전이니, 가을 나들이 고민하시는 분들은 민속촌 한 번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위 사진은 제 딸내미인 다찌공주를 소 옆에 세워 놓고 억지로 찰칵한 것입니다 ^^ 사진은 몇 장 찍기는 했는데 주로 인물 위주로 찍다보니 민속촌 그림은 하나도 안 나오더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