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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찌아빠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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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27일
마포 하면 유명한 곳이 껍데기집입니다. 불나기 전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최대포집을 비롯해 공덕동 로타리 주변으로 껍데기집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렴한 가격, 생각보다 괜찮은 맛 등등이 사람들을 끄는 매력이었나 싶습니다.
용강동 쪽으로 쭉 들어오면 할머니 껍데기집이라는, 진짜 할머니처럼 허름하고 오래된 껍데기 집이 하나 있습니다. 깡통 둘러 싸고 앉아서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진짜 오래된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집입니다. 사실 이 집은 그렇게 장사가 잘 되는 집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요즘 누가, 좁고 좁은 낡은 식당에서 가운데 구멍 뚫린 양철판에 둘러 앉아 연탄불에 고기를 구어 먹고 싶겠습니까? 먹을 것도 많은데 굳이 껍데기를 고집해 가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요즘 이 집은, 가면 줄서야 하고, 줄 서다 못해 번호표까지 받아야 하는, 그런 대단한 식당으로 바뀌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네, 정답 이십니다. 방송 탔습니다. ^^ 저는 드라마에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현정아 사랑해’라는 드라마에서 종종 나왔고, 그 전에는 출발 비디오자키, 라이벌 등에서도 촬영해 갔다는 군요. 유명세 탄 곳 치고 괜찮은 곳 못 봤다 싶은 지론이 있어서, 저는 굳이 갈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만, 어느 날, 껍데기를 고집하며 마포까지 날라온 친구 덕에, 할 수 없이 한 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마포 대로에서 용강동 가는 길로 쭉 걸어갑니다. 걸어가다보면 청사초롱 있는 집이라고 했는데, 용강동 거의 안쪽, 신석초등학교 거의 다 가서야 청사초롱이 하나 벽에 매달려 있더군요. 마포대로에서부터 한참 걸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간판? 뭐 이런 거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청사초롱 있고, 벽에 그냥 할머니 껍데기집 이렇게 써 있습니다. 그걸 보고 오른쪽 좁은 골목 돌자마자, 식당 정문(!)이 나옵니다. 헉~ 처음 들어가자마자 저희를 맞는 것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꽉 찬 연기, 좁은 테이블마다 가득찬 손님들, 그 와중에 목장갑을 끼고, 담배를 문, 서빙 보는 아저씨들이었습니다. 첫 인상부터 장난 아니었습니다. 우선 연기 때문에 제대로 숨쉬기도 불편한데, 식당을 쭉 뚫고 나가면, 후문(!)이 나오는데, 식당 옆 주차장과 연결되어 있더군요. 아, 주자창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식당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유료 주차장이구요, 차 잘못 댔다가는 십 분에 천원씩 내야 한답니다. 조심하시길. 번호표를 받았습니다. 여덟시 전후해서 번호표를 받았는데, 앞으로 한 다섯 팀 정도, 뒤로 한 세 팀 정도가 몰려 있는 분위깁니다. 허걱~ 기다리는 도중에, 포기하고 가는 분들도 생깁니다. ‘젠장~ 뭐 얼마나 맛있다구~’ 이런 투덜거림과 함께 몇몇 아저씨들이 기다림을 포기합니다. 저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껍데기 노래를 부르던 친구 넘 때문에 할 수 없이 끝까지 기다렸습니다. 아마 제가 태어나서, 밥 먹기 위해 기다린 걸로는 최장 시간을 기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드디어 입장이 되었습니다. 시계를 얼핏 보니 아홉시. 얼추 한 시간은 밖에서 떨며 기다린 것 같습니다. 그 중에 친구 한 명을 더 불러내기는 했습니다만. 셋이서 양철통을 둘러 앉고 껍데기 하나, 맛살 하나(요개 맛 조개입니다. 왜 길쭉한 조개 있잖어요~), 막창 하나 요렇게 주문했습니다. 껍데기. 허걱~ 돼지 유두까지 달려 있는 껍데기 두 장 나옵니다. 간장 같은 소스에 적셔 스텐 대접에 담겨 있습니다. 연탄불 위에 넣고 굽고, 맛 조개 서너개 얹어 넣고 같이 굽습니다. 꽉 찬 연기, 비닐로 대충 만들어 둔 벽 틈으로 바람이 사정없이 들어옵니다. 추운 날씨에 제대로 앉아 있기도 쉽지 않군요. 맛이요? 전혀 그런 거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아니었습니다. 연기에 숨 쉬기도 힘들고 불편하고 추운 자세로 앉아 있기도 힘듭니다. 유난히 맛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없습니다. 서비스도 없죠. 첫 주문 이외에는 무조건 셀프~ 라는 무시무시한 말 때문에, 물 한 잔 가져다 먹을래도 연기가 꽉 찬, 사람들 바글바글 앉아 있는 틈을 비집고 가야 합니다. 셋이서 주문한 거 다 먹고, 소주 한 병, 콜라 한 병 비웠습니다. 더 먹을까? 하는, 껍데기 노래를 부르던 친구 넘이 아쉬워 하는 눈빛을 보였지만, 과감하게 다른데 가서 먹자, 하면서 떨치고 나와 버렸습니다. 눈치를 보니까, 할머니 혼자 장사하다가 사람들이 밀려와서 일종의 사업꾼들이 맡아 대행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언제 봤다고, 다음에 오면 내가 기다리지 않게 자리 하나 빼줄게, 하던 서빙 보는 아저씨의 거들먹 거림은 차라리 마음을 아프게 할 정도였습니다. 참, 이 집 가실 분들 화장실은 다른데서 해결하고 가셔야 할 겁니다. 화장실 있기는 있습니다만, 문도 없고, 구덩이 파고, 판자대기 두 개 걸쳐 놓았습니다. 그나마도 수위가 꽤 올라와 있어서(!), 조심하셔야 합니다. 틀림없이 튀게 생겼더라구요. 전라도 깡촌에 있는 우리 외갓집 화장실도 그 정도는 아닙니다. ㅋㅋ 냄새가 너무 배어서, 마지막에 불러 온 친구 넘 차 타고 그냥 집에 와 버렸습니다. 모처럼 친구들과 한 잔 하기로 한 날인데, 이래저래 기분이 상해 버려서 어디 갈 수도 없겠더라구요. 집에 오자마자 옷 훌훌 다 털어버리고, 냄새 제거제 다 뿌려 놓고, 샤워 해버렸습니다. 할머니 껍데기집, 드라마의 촬영 현장을 보고, 드라마와 같은 애틋한 사연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서, 그래서 한 번 간다면 말리지 않을랍니다. 사실 그 험악한 환경 속에서도 젊은 연인들이 꽤 있었습니다. 드라마가 아니면, 그 연인들이,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이 뛰어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격이요? 흐음… 저희가 주문한 거 만8천원 나왔습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조만간 헐릴 것 같습니다. 주변에 아파트 공사장 늘어서 있고, 그 땅을 그렇게 놀려두는게 자본주의 속성에 걸맞을리 없기 떄문입니다. 모르죠, 할머니 집이 앞으로도 그렇게 장사가 잘 된다면… 허나, 저는 더 안 갈랍니다. 적어도, 음식에는 정이 있어야 하고, 맛이 있어야 하고,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할 분위기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